짓눌리는 몸, 흔들리는 시야.
여긴 어디지?
너무 비좁다.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보인다.
'휴, 꿈이었구나!'
타는 목에 머리맡에 놓인 1.5리터짜리 페트병을 들어
그대로 물을 마신다.
꿈과 다를 바 없는 좁고 작은 집.
여긴 나의 5평짜리 서울 자취방이다.
눈을 비비고 몸을 일으키니 하품이 나온다. 머리가 멍하다. 공기가 모자란다. 이 좁은 방은 자고 일어나면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버리는 건지 항상 숨이 막힌다. 따라서 내 아침은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걸로 시작한다. 여긴 서울의 자취방. 커튼 대신 붙인 반투명한 시트지 사이로 앞 건물 이웃의 화분이 보인다. 점심을 먹기 위해 주방 싱크대 앞에 선다. 침대에서 단 한 발짝. 오늘 메뉴는 카레다. 이틀 전에도, 저번 주에도 카레였다. 자취생이 할 수 있는 요리가 거기서 거지지. 그래도 나름 맛있게 해보겠다고 이번엔 양파를 잔뜩 넣어본다.
눈물이 난다. 양파가 너무 맵다. 양파 썰면서 우는 건 다 만화적인 표현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현실이었네. 집에선 수저만 놓을 줄 알았지, 요리라곤 안 해봤는데. 엄마가 이 모습을 봤으면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거다.
남은 양파는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 순간 발을 헛디딘다. 신발장과 부엌은 발 하나, 약 30센티미터 거리이기 때문에 넘어지기 십상이다.
와장창!
아. 망했다. 나의 신발 옆 살포시 얹어지는 채 썬 양파들.
‘그냥 다 죽여버리고 싶다….’
좁은 집에 산다는 건 하나의 분노 참기 챌린지와 같다. 50센티도 안 되는 싱크대는 밥 한 끼 해 먹으면 가득 차 버려 설거지할 때마다 온 방이 물바다가 되고, 조그마한 간이 건조대가 깨 먹은 그릇만 5개가 넘는다. 침대는 너무 좁아 팔다리를 펴면 벽에 닿아 찌그러진다. 4평짜리 집은 주차장 한 칸과 거의 맞먹는 크기라고 한다. 그러니까 난 주차장보다 조금 더 큰 곳에서 씻고 먹고 잠을 자고 산다는 거지. 하루에 수십 번쯤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지르며 육두문자를 내뱉고 싶어지지만 참아야 한다. 여긴 서울의 자취방. 옆집의 화장실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는 곳이다.
빨래 건조대를 옆으로 살짝 치우고 몸을 빼내 다시 침대에 누웠다. 너무 화냈더니 머리가 지끈지끈한다. 좀 더 낡았더라도 넓은 집에 갈걸. 차라리 반지하 집에 갔더라면.. 그러다 이름을 말해선 안 되는 그 벌레의 존재가 떠오르며 지금의 처지에 만족한다. 그래, 좁더라도 깔끔한 게 어디야. 좁으니까 냉난방도 편하게 틀잖아.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슬슬 카레가 완성되어간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에 다시 일어서다가…
미처 치우지 못한 양파 조각을 밟는다.
결국 터져 나오는 욕설을 중얼중얼 내뱉으며 이 집에 사는 1년 동안 수십번은 외쳤던 그 말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